언론보도

인천일보 [비전 동서남북] 미·중 패권 대립과 여시구진(與時俱進)

작성일 2023-02-05

▲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중국 화동사범대 초빙교수.

▲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중국 화동사범대 초빙교수. 


글로벌 정세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지칠 줄 모르며 이어지고 있는 미·중 패권 대립과 그 와중에서 불거진 우크라이나 사태, 그리고 전 세계의 주목 속에 거대한 이웃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이뤄지는 등, 어느 것 하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은 과연 어떻게 해야 생존과 번영 등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20여 년 이상을 일본, 미국 및 중국 등에서 거주하며 수많은 다국적 외국인들과 한데 어울린 가운데 체득한 바에 의하면, 현재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성어를 깊이 새기며 나아갈 필요가 있다.

여시구진(與時俱進), '시대의 변화상을 적확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그에 부합하도록 유연하게 행동해 나가는 자세'. 그야말로 현재의 우리에게는, 개인이건 단체건, 더 나아가 기업 간 비즈니스건 국가 간 외교건 모든 걸 막론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안팎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적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시의적절하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필자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무한한 변화 vs 유한한 인식'이라는 것을 역설해 왔다. 그리고 2023년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거의 변함없이 이에 대해 강조하며 설파하고 있다. 무한하게 변화하는 국제 사회임에 비해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유한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어 보자. 중국과 일본 열도 사이에 낀 한반도는 예로부터 양측으로부터 적잖이 시달려 왔다. 이를 고려할 때,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은 이상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과거로부터 기인한 이와 같은 사고에 지배당해 있을 수는 없다. 현재 우리가 사는 2020년대 우리 안팎의 상황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시달려 왔던 과거와는 매우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는 더는 약소국이 아닌 중견 강국으로 부상했다. 세계 최빈국 신세를 면치 못했던 20세기 약소국 중의 약소국이었던 우리가 현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군사력만 해도 세계 6위권을 오르내릴 정도의 어엿한 중견 강국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상한 우리를 이제는 누구도 과거처럼 함부로 대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 미국이나 중국 등을 비롯한 글로벌 강대국들이 처한 안팎의 제반 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하더라도, 이들 또한 '중견 강국 대한민국'과의 긴밀한 협력과 윈윈 등을 매우 중시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패권 대립 중인 미·중 양국도, 우리가 어느 쪽에 더 근접해 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국익과 안보 등에 적잖이 유리 혹은 불리하게 작용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명실상부 세계 최강인 이들 또한 절대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우리와 외부 세계에 대해 '여시구진'의 아닌 '고정불변'과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도 우리 자신을 스스로 형편없는 약소국에 불과한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요 “샌드위치”에 비하하며 비유하고 있다. 객관적으로는 약소국에서 벗어난 지 이미 오래된 중견 강국이거늘, 주관적으로는 아직도 약소국 마인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변화무쌍한 무한 변화에 고정불변의 구태의연한 사고로는 번영은커녕 생존조차 여의치 않을 것이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이다. 약소국 당시의 과거로부터 기인한 고정관념과 선입견 등을 토대로 하면서 중견 강국으로 멋지게 부상한 현재의 우리에게 필요한 외교나 다양한 교류 협력 및 비즈니스 등이 과연 얼마나 적절하게 잘 전개되어 나갈 수 있겠는가? 상대방은 우리를 꿰뚫고 있는데 우리는 과거에 사로잡혀 있으니 점점 더 위태롭게 되어 가지 않을 수 없다. 강자들 사이에서 반만년 유구한 문화와 전통을 꿋꿋하게 계승해 온 우리 한민족이다. 더 늦어서 손 쓰기조차 힘들기 전에, 이제라도 우리의 인식을 글로벌 사회의 변화상에 부합하도록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현재의 우리 위상 등에 걸맞게 교류하고 협력하며 대처해 나가야 한다.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중국 화동사범대 초빙교수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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