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뉴스 [칼럼]韓中정상회담, ‘관계의 재시동’인가, ‘관리의 복원’인가
(사)한중글로벌협회 우수근 회장

우수근 (사)한중글로벌협회장
2026년 1월 초 베이징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은, 겉으로 보면 비교적 차분하고 절제된 외교 일정이었다. 대대적인 선언도 없었고, 자극적인 합의도 없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은 오히려 한중 관계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을 비교적 명확히 보여준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방중은 한중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이기보다는, 무너졌던 외교의 기본 기능을 다시 작동시키는 회담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관계의 도약이 아니라 관계 관리의 복원이 핵심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일정 전반에서 드러난 대중국 외교의 기조는 분명했다. 첫째, 원칙을 분명히 하되 공개적 충돌은 피한다는 점이다. 둘째, 안보·이념 문제로 모든 의제를 흡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정상 간 직접 소통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점이다. 이는 감정과 국내 정치 논리에 따라 요동치던 과거의 한중 외교와는 분명히 다른 접근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한중 관계가 다시 ‘정상 간 대화가 작동하는 상태’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외교에서 정상 간 신뢰는 문서보다 강력한 자산이다. 정상 간 대화가 정례화될 수 있다는 신호만으로도, 외교 관료 조직과 경제 주체들은 훨씬 안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은 바로 그 최소 조건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번 방중은 ‘무엇을 새로 얻었는가’보다는 ‘무엇을 더 이상 잃지 않게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급망, 첨단 산업, 투자 환경과 같은 분야에서 이번 회담이 즉각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을 흔드는 국면은 피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은 분명하다. 지금의 국제 경제 환경에서 이것만으로도 결코 작은 성과는 아니다.
인문·문화 교류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배경 요소였다. 문화·관광·청년 교류는 한중 관계에서 가장 취약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강력한 완충 장치다. 정치 관계가 흔들릴수록 인문 교류가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양국이 다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는 한중 관계를 단순한 전략 관계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로 다시 연결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중 간 구조적 갈등 요인은 여전히 존재하며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거대한 틀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이 다시 ‘선택을 강요받는 객체’가 아니라, 관계를 조정하는 주체’로 복귀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종합하면,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관계 개선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선의 재설정에 가깝다. 감정과 이념의 언어가 아니라, 관리와 조율의 언어로 한중 관계를 다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 그것이 이번 방중이 남긴 가장 중요한 의미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이 흐름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실무 협의와 민간 교류, 그리고 일관된 외교 메시지로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 성패가 향후 한중 관계의 진짜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정인홍 기자 haeneli@pinpoi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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