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인천일보 [비전 동서남북] 21세기 중견강국 대한민국에 필요한 외교는?

작성일 2023-04-02


▲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회장

▲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회장

대한민국호의 키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외교가 아직도 진부하며 부실하다. 21세기 글로벌 정세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정권은 글로벌 험난한 파고에 대한 원숙한 대처는커녕, 오히려 온갖 풍파를 자초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MB정부 때의 한국 외교가 가장 문제였다. 국제사회의 G2로서 부상하던 중국을 적대시하다시피 했던 친미 외교는 너무 진부해서 총체적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호소했다. “대통령님, 편식은 건강에도 바람직하지 않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외교 안보라인을 특정국, 특정 진영 위주로 편식시키나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외교에는 '민주주의 외교 안보라인'도 필요합니다. '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 특성에 맞게 외교라인도 주변 4강 출신을 골고루 중용해 국가 리스크 최소화 및 국익 최적화를 기하는 균형 잡힌 외교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우이독경! MB정권 내내 너무나 편중 외교는 지속되었다.

역사의 불행은 반복된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집권 초기부터 예의주시하며 잘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집권 당시의 노파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 “콩 심은 데 콩 나는 격”이다. MB 정부 당시만 해도 진부한 사고의 소유자라고 불렸던 면면들이, 10년도 더 지난 지금 또다시 대한민국 외교의 키를 거머쥐고 있으니, 이 어찌 오늘날 당대에 부합하는 외교정책 등을 전개해 나갈 수 있겠는가.

한일 관계 관련, 필자는 “얽힌 양국 관계의 해결은, 사실상 양국의 '강한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과 자국 반발에 대한 각자 분담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비춰볼 때,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가 강한 '윤'은, 과연 윤답게 했다. 결단했으나 너무 거칠었다. 반면, 기가 약한 '기시다'도 기시다다웠다. 자국 반발 등에 대한 우려를 넘지 못했다. 그 결과, 외교가에서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제로섬의 결과가 도출되고 말았다.

그동안 미동도 하지 못했던 한일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나아질 듯하게 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제로섬 분위기를 윈윈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않는 한, 윤대통령이 국내 민심의 역풍을 견디지 못하며 결국 양국 관계는 더 안 좋은 파국으로 치달을 공산이 작지 않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의 외교 안보라인은 일본에 대해 너무 '나이브'하게 접근하고 있다. 일본에서 들려오는 상황과는 동떨어진 인식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한편 중국의 시진핑은 일본의 기시다와 다르다. 중국에서 시 주석은 '언터처블'이다. 그는 한중 관계의 중요성도 매우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윤대통령은 기시다 수상보다 시 주석과 여러 면에서 훨씬 더 의기투합하기 쉬울 것이다.

필자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우리의 '조류 외교'를 주창해 왔다. 새는 우익과 좌익의 크기와 힘 등이 균형을 이뤄야 날 수 있듯이, 대륙(좌익)과 해양(우익)의 중간(새의 본체)에 있는 한반도 또한 양측의 균형을 잘 취해야 비상(국익 최적화)이 가능하다는 이치이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윤 대통령은 시 주석과도 친목 도모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두 정상 모두 성격상 더 화끈한 '찐친'이 될 수 있다. 두 정상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술잔을 맞이하다 보면 어느새 터놓고 대화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윤대통령은 오늘날 글로벌 정세에 맞는 조류 외교를 통해 우리 국익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주변국에 대한 진부하고 낡은 고정관념과 선입견, 편견 및 오해 등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변 국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총체적으로 다시 성찰되어야 한다. 백전백승을 위해서는 지피지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과거의 그들'이 아니라 '오늘날의 그들'에 대해 제대로 '지피'하고 그와 동시에 이제는 약소국이 아닌 중견강국으로 부상한 오늘날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제대로 '지기'하면, 그때 비로소 약소국 외교에서 벗어나 현재의 우리 국익을 최적화할 우리의 중견강국 외교가 비롯될 수 있을 것이다.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회장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