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비전 동서남북] 한중 관계, 우리가 좀 더 여유롭게 리드하기 위해서는?
냉각 기류를 타고 있는 한중 관계가 연일 급격한 하강 모멘텀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팅!” 발언. 그동안 미국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소위 “중국에 베팅하지 말고 미국에 베팅하라!”는 말을, 이번에는 싱하이밍 중국대사가 “미국에 베팅하지 말고 중국에 베팅하라!”고 말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중국, 우리를 동등한 주권 국가'로 보는가?”에서부터 “중국에 대한 굴욕”, “주권 침해” 등, 중국에 대한 성토가 나왔다.
한중은 지리적으로도 가장 가까울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유교 등을 토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관습과 문화 등을 공유해 온 관계이다. 그런데도, 양국이 현재처럼 가깝지 않게된 데는 양측 모두에 그 원인이 있다.
먼저, 중국은 우리가 중국에 대해 지니고 있는 뿌리 깊은 경계와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를 대해야 한다. 한국인에게는 중국은 한반도를 침탈하고 유린해 온 존재요, 현재도 과거와 같은 일을 언제든지 반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각인되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또한 중국에 대한 '깊은 감정' 등에 대해 냉철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한중의 윈윈을 리드할 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서 우리의 국익과 위상을 한껏 더 드높이기 위해서도 현재의 중국을 대하는 우리의 기본자세 또한 오늘날에 부합하도록 업데이트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필자는 “우리는, 중국에 대해 과연 얼마나 '적확하게!' 알고 있는가?”라고 자문하도록 권한다. 언제까지나 중국에 대한 과도한 자기 비하 등에 빠져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양국의 국력 차이와 과거 침탈의 역사 등을 고려할 때, 중국에 대한 우리의 경계와 우려 등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는 더는 과거의 유약했던 존재는 아니라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 중견 강국으로 부상한 오늘날의 대한민국에는 오늘날의 우리 국력에 부합하는 중견 강국의 다부짐이 요구된다. 대립 중인 G1 미국과 G2 중국이 우리에 대한 구애 경쟁을 벌이도록 하는 담대함을 보일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도 우리는 '21세기 오늘날의 중국'과 '21세기 오늘날의 한국'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 그대로를 파악하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늘날의 중국에 대해 너무나도 잘 모르고 또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할 오늘날의 중국은 더는 수백만 대군으로 한반도를 침략했거나, 총부리를 겨눴던 20세기 당시의 적국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G2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는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고도 험한 난제투성이의 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국의 위치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중국이 국제·정치·경제외교 등의 다각적인 분야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나라이다. 이에 대해 제대로 안다면, 현재 우리의 대중 정책이 최선은 아님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소국(小國)' 의식을 자성하고 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중국이 우리를 “동등한 주권 국가로 보는가?”라는 질문이나 “중국에 대한 굴욕”과 “주권 침해” 운운 등도 사실은 중국에 대한 우리의 패배의식이나 콤플렉스에서 기인하고 있다. 중국은 G2라고는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작은 나라에도 온갖 선심을 뿌리며 다가가려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두려워하는 오늘날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과 가까이에 있는 강국이자 자국과 가장 가까이에 대규모 미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언감생심 어떻게 감히 함부로 대하고 냉대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냉철히 깨달아야 할,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오늘날의 한국과 오늘날의 중국의 있는 그대로의 한 단면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팩트(fact)는 도외시하고, 아직도 과거로부터 기인한 온갖 선입견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으니, 이 상태에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외교가 과연 얼마나 제대로 잘 전개되어 갈 수 있겠는가?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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